남도 영광(靈光)을 가다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0/02/27 [15:25]

남도 영광(靈光)을 가다

새만금일보 | 입력 : 2020/02/27 [15:25]

 

 

새봄을 앉아서만 기다리기에는 너무 답답해 성급한 맘으로 남도 여행에 나섰다. 영광군은 남도에서 유일하게 노령산맥 북쪽 해안을 끼고 있다. 북쪽에 경계한 고창군, 동쪽은 장성군, 남쪽은 함평군과 접해 있다. 여름이면 가마미 해수욕장이 유명했는데 한빛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 후 해수욕장은 그 기능이 저하되었다. 그 대신 각종 지원과 혜택을 주민에게 주어 자체인구 증가로 인해 오히려 군세가 성장했다. 영광읍,홍농읍,백수읍 등 38면으로 면적 475km2 인구는 55천여 명으로 1960년대는 16만 명의 인구를 자랑한 농,수산업이 발달한 고장이다. 편도 2차선으로 잘 포장된 22번 국도를 타고 남동쪽의 밀재를 통과해 함평군 해보면, 월야면을  거치면 농촌 지역인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에 도달하는데, 영광읍에서 동쪽의 구도심까지 50km가 채 안 된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연접, 목포시 쪽으로 접근성도 좋아져, 22번 국도를 타고 광주로 왕래하는 입체교차로가 생겨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영광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굴비다. 끝없는 칠산 청정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조기를 얼간하여 덕대에 말려 발효한 굴비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린 진상품이며 지금도 영광의 명품 법성포의 굴비밥상의 진미를 맛보지 않고서는 영광을 말 할 수가 없다. 1894년 갑오농민혁명 시 법성포로 관군이 상륙하여 장성 황룡촌에서 동학군과 일대 접전을 한 기항지며, AD384년 백제 침류왕 원년에 인도의 간다라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 ~ ?)가 중국 동진(東晉)을 경유 법성포에 올라 불교를 전파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승려 마라난타는 삼국유사와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에 그 이름이 나오는데, 침류왕은 마라난타에게 불사(佛事)를 일으켜서 봉행케 하였다. 이듬해에 한산(漢山)에 백제 최초의 절을 짓고 백제인 10인을 출가시켜 득도(得道)하게 하였다는 송고승전(宋高僧傳)에 활동한 연대가 좀 다르긴 하지만 동일인물로 보아, 마라난타는 3849월에 동진에서 백제로 왔으며, 침류왕은 그를 맞아 궁중에 머물게 하고 예로써 공경하였으며, 마라난타의 법문을 듣기 위해서 구름처럼 몰려드는 모습이 마치 왕의 명을 받은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현재 몽촌토성이나 풍납토성 등 백제 유적에서 불교 관련 유물들이 발굴되고 있는 등 한성시대 침류왕 때에 백제에 불교가 전래되었다는 것 자체는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영광군의 법성포(法聖浦)는 마라난타가 온 뒤로 ‘성인이 법문을 들고 온 포구’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영광의 불갑사(佛甲寺)와 군산의 불지사, 나주의 불회사(불호사)도 마라난타가 건조한 절이라는 설이 있다. 1996년부터 영광군과 불교계와 합동으로 법성포를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로서 기념하고 성역화 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법성포 해변가 야산에 간다라 유물관과 마라난타 존자상을 세울 때 현지의 개신교인 2천 여 명의 반대 시위가 있었다. 추진했던 김봉열 당시 영광 군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신교계의 반발이 있자 스스로 집사직을 반납 했다고 한다. 오히려 현지 가톨릭계에서는 원불교계와 상존하듯 종교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협력하여 설립된 명물로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2001년에 한양대 민희식 명예교수가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아슈라프 칸 박사의 고문헌 선집에서 마라난타가 간다라 지방인 지금의 파키스탄 쵸타 라흐르라는 마을에서 태어났고 이후 30세에 고향을 떠나 실크로드를 따라 탁실라, 폐샤바르를 거쳐 14년 간 우전국, 돈황, 동진, 장안, 낙양 등지에서 불교를 전파했다는 내용의 고문헌을 찾아냈다는 기사가 불교신문에 보도되었고 2001년에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졌다. 아무튼 신령한 빛이 들어온 영광()이란 이름값으로도 충분한 불교 전래지와 원불교의 교주 소태산 박중빈의 탄생지와 임진왜란의 의병장 심우신과 일본에 잡혀간 주자학의 대가로 지조를 지킨 수은 강항(1567-1618)선생을 추모하는 내산서원(內山書院)을 한번쯤 돌아볼만 하다. 법성포항을 가로지른 영광대교를 시작으로 17km의 구절양장(九折羊腸)의 백수 해안도로는 서해낙조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노을관에서 툭 트인 칠산 바다를 바라보며 연인과 마주앉아 한 잔의 차를 마시는 멋 또한 일품이다. 그리고 기독교인의 순교지인 염산의 넓은 들과 소금밭과 무안군과 잇는 칠산대교와 111m의 칠산 타워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경관 또한 이채롭다. 한여름 더위가 가고 9월 중순부터 불갑사의 꽃무릇 축제는 참으로 장관이다. 불갑사로 가는 천변에 정열의 붉은 상사화는 남,녀 간에 사랑은 하지만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애절한 사랑얘기를 상상하며 수림이 울창한 516m의 불갑산 등반을 빼 놓을 수가 없다. 하산 길에 맑은 물이 흘러내려 큰 저수지 수변공원에서 피로를 풀며 한 여름이면 젊은 청춘남녀가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는 상서로운 빛의 고장 영광을 한번 쯤 가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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