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 결산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1/10/04 [14:31]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 결산

새만금일보 | 입력 : 2021/10/04 [14:31]

 

올해 성년을 맞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어엿하게 성장했음을 입증하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순항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펼쳐진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닷새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소리축제는 올해 ‘예술제로의 실험’을 표방하며 실내공연 중심으로 26개의 작품성 있는 공연들을 중점 배치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객석의 30%만 운영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치러진 이번 축제는 축제 전날과 첫날 이어진 굵은 빗줄기에도 안정적인 운영과 체계적인 방역으로 신뢰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비대면 미디어공연 5개 특선에 이어 올해는 실내공연 중심의 대면 30%와 온라인 공연을 접목해 보다 개방성을 높이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실험을 이어갔다.
예술제로서의 실험적 과도기, 안전과 방역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두 가지 굵직한 목표는 올해 축제를 통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리축제는 이 같은 실험을 통해 ‘위드 코로나’와 함께 할 새로운 축제 패러다임을 찾아 내년 축제부터 단계적으로 적용시켜 나가겠다는 입장.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다수의 대중들을 폭발적으로 모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예술제로서 공연의 작품성을 높여 축제 브랜딩을 새롭게 하고, 대중축제는 위드 코로나와 공생할 수 있는 단계적 전략을 짜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 150여 회를 육박했던 실내외공연이 실내공연 중심으로 대폭 줄어들면서 축제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공연장은 차분하면서도 관람 집중도가 높아진 반면, 외부 축제장은 관람객 집중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편의시설과 방역시설만 운영해 대비를 이뤘다.
이는 ‘예술제’에 한층 가까워진 풍경. 특히 전통을 근간으로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면서 전통과의 긴장이나 융합은 놓치지 않고 긴밀한 직조를 꾀하는 등 전통의 원형과 변형의 조화로운 배열이 눈에 띄었다.
전통의 원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더 깊고 충실해졌으며 콜라보나 변형을 통한 전통의 확장은 더 과감하고 다채로워졌다.

 

# 판소리 원형과 변형의 품격 있는 조화

산조 중의 산조, 산조의 백미라고 불리는 가야금 산조의 양대산맥 지순자, 강정숙 명인으로 구성한 ‘산조의 밤’은 전통의 미학을 고스란히 전해준 무대였다는 평가. 
실내공연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명인홀이 격조 있는 무대로 변하면서 공간의 미학적 운영이‘산조의 밤’관객들을 더 깊은 몰입과 진한 여운으로 이끌었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광대의 노래-四金’은 꽹과리 명인 4인방을 앞세워 농악이나 사물놀이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신선한 기대감을 안겼다.
타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이나 변형을 통한 ‘전통의 확장’은 그간 소리축제가 지향해 온 색다른 실험의 장으로 올해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소리 프론티어 시즌2’는 연극적인 요소를 차용한 판소리극 <TALE>이나 재기발랄한 현대극 또는 퍼포먼스화 한 작품 <놀부 FLEX> 등이 눈길을 끌었다.
진지한 사회참여적 작품부터 시대 풍자극까지 판소리 요소와 결합한 작품들이 앞으로 판소리의 현대적 영역을 고민하는 하나의 좌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는 대목.  
무엇보다 판소리의 품격 있고 노련한 변화로 올해 소리축제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방수미·박애리·정상희의 춘향가>가 단연 돋보인다.
각기 다른 개성과 목소리를 지닌 세 여류 명창이 호흡을 맞춰나간 춘향가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는 감탄이 쏟아졌다.
소리와 연기, 청중을 사로잡는 입담이 교차하며 시종일관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 객석에서는 웃음과 눈물, 박수갈채가 아낌없이 쏟아져 나왔다.
세 명창의 연창이 입체적이고 짜임새 있게 얽혀들면서 탄탄한 기본기와 기량을 기반으로 ‘트리오 판소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예고했다.

 

# 춤·탱고 등 타 장르에 전통색채 입히는 소리축제만의 브랜딩

이밖에도 탱고, 춤, 퍼포먼스,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면서도 전통의 색채를 입혀 ‘소리축제화’ 한 브랜딩 작업은 올해 소리축제를 이해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됐다.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날아 온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소리축제와 만나 아쟁의 김영길 명인과의 협연을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탄생시켰다.
또 전통연희 ‘품바’에 현대적인 사운드와 무용을 입힌 ‘다크니스 품바’, 국악기와 민요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안무를 짠 국립현대무용단의 <HIP合> 등은 전통과 현대무용의 만남으로 소리축제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대중공연인 ‘강허달림, 전주를 만나다’와 ‘선우정아’는 가야금과 대금, 해금 등 지역 전통음악가들과의 협업으로 소리축제의 색깔을 입히는데 동참했다.
이 같은 노력은 초청공연에도 의미와 주제를 부여하는 소리축제의 독특한 작업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역 예술가들의 결집으로 새로운 예술적 에너지를 보여준 폐막공연 <FEVER TIME 전북청년 열전>.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과 춤꾼들 60여명이 짝을 이루며 전통음악과 역동적인 춤의 조화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안겼다.
이런 방식의 폐막공연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집단즉흥 형태로 지역 예술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글로컬리즘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담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 단기간 폭발적 운영방식에 대한 변화 예고

올해 소리축제는 객석의 30%만 열어 운영했으나 온라인 생중계 관람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했음을 체감하면서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연스럽게 ‘위드 코로나’시대를 대비해 기존의 단기간 폭발적인 축제 운영방식을 되돌아보고 온오프라인의 적절한 병행, 이에 따른 방향성과 구현 방식, 관전 포인트 개발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는데 여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체험과 먹을거리 등으로 북적이던 공연장 바깥은 ‘위드 코로나’이후 관객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아쉬움을 채워줄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해졌다.
‘소리 프론티어 시즌 2’는 올해 실험적 해를 지나 보다 정교한 작품 선정 기준, 작품 피드백과 유통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조직위 측이 밝힌 올해의 ‘예술제’는 공연 수는 줄었으나, 소리축제만의 색깔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는 평가.
또 앞으로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 예술제가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폭발적 규모와 군집이라는 오래된 미덕과 관성을 뛰어 넘어 소리축제가 20년의 분기점에서 ‘위드 코로나’를 어떻게 대비하고 선도해 나갈 것인지 단초를 얻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내년에는 예술성과 축제성, 온라인과 오프라인, 디지털과 아날로그 등 지난해부터 고민해 온 여러 이슈들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변화를 현실화 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인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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