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노벨문학상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4/10/25 [08:49]

겸손한 노벨문학상

새만금일보 | 입력 : 2024/10/25 [08:49]

 

 

 

‘지금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는 수많은 전쟁고아와 귀중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는데, 기자회견과 노벨 수상 문학 파티를 할 때가 아니다.’ 이 말의 깊은 의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과 그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양심적인 면모이다. 2016년 5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수 상을 시작으로 끊임없는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동방의 등촉의 나라 한국 여성이 아시아 최초로 이뤄낸 것에 자부심은 물론 잠자던 한국 문학계에 경종과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의 작품 중에 ‘소년이 온다’의 장편소설은 북한공비가 광주시민을 선동하여 일 으킨 80년 5.18이라 했는데, 12.12 신군부 전두환 일당이 저지른 만행으로 광주시민의 명예 를 국제적으로 말끔히 씻어준 쾌거였다. 또한 ‘동족을 죽일 수 없다’는 윗선의 항명에 양심적 인 군인정신을 호도한 여,순 사건과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위 빨갱이 소탕 작전으로 죄 없는 양민을 무참히도 학살한 한강 작가의 폭로였다. 몇 년 전 보수라는 집회장 에서‘서북청년단’ 조끼를 입고 있는 할아버지를 봤다. 서북청년단이란 이름의 의미를 알고 있 는지 가슴이 섬뜩했다.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에 반기를 든 자는 무조건 공산당으로 몰아 가 차 없이 처단한 살인마 집단으로 평안도에서 내려온 서북청년단을 앞세운 것이다. 중국의 근, 현대 문학의 거인 노벨문학 수장자 라오사(老舍1899-1966)의 ‘묘성기猫城記’는 1932년 소설로 ‘고양이 나라’라는 공상과학 형식을 빌린 풍자소설이다. 이 작품은 망국의 한 을 담은 작품으로, 작은 고양이 나라 일본군 침략으로 조국 중국이 망해가는 풍자적인 소설로 중국의 썩은 정치를 드러냈다. 1966년 스웨덴 한림문학원은 묘성기를 노벨문학상 추천 완료하 였는데, 이 소식을 들은 라오사는 호수에 투신자살한다. 옥을 버리고 돌을 취한 중국공산당들 의 무지로, 작가는 그들의 멸시와 천대를 참지 못한 자괴감에 의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중국 의 의화단운동(義和團運動1899-1901)은 청나라 말기 봉기한 반그리스도교 폭동을 계기로 한 반제국주의 운동이었다. 조선조 말 탐관오리들을 징치하고 외세를 몰아내어 바른 나라를 세우 자는 녹두장군의 동학농민혁명과 흡사한 민중운동이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요 시 인인 니체(1844-1900)는 ‘글 속에 피가 섞여 있지 않으면 문학이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작가 의 심적 고통과 분노로부터 태어나지 않는 문학은 애당초 사산死産된 것이다.’ 라고 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외유내강으로 은유적이고도 풍지적이며, 사실적인 내용과 그 감각이 뛰어 나다고 감히 말할 수가 있다. 개혁과 혁명을 내팽개친 문학은 죽은 글일 수밖에 없다. ‘현실의 잘못을 보고도 방관한다거나 바꾸려는 열정을 잃은 문학은 일본, 미국, 한국의 문학까지도 무 덤속으로 들어갔다’라고 한 일본의 저명한 문학 비평가인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의 충격적 인 선언이다. 현대 한국문학은 저급한 애로물이나 상업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불의한 것에는 ‘아니’라고 하고 옳은 것에는 ‘예’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문인다운 양심의 표현으로 세월이 흘러도 그 생명력이 오래래 지속되리라고 본다. 인문학은 사람 되기 학문이다.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세계 100대 인물 중 5위의 인물로 선정된, 영국의 자존심 ‘윌리엄 셰익스피어’ 극작가를 나라의 보배로 삼고 있다. 내 집 강아지 도 사랑해야 외부인으로부터도 사랑받을 수 있다. 인물은 인물이 알아본다고 했다. 한강 노벨문학상으로 서점가가 뜨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 밀린 종이책이 사양길에서 힘겨운 오르막에 섰는데, 노란 은행잎이 물든 퇴근길에 목로주점 대신 서점에서 한강의 한 권의 책을 손에 들고 걷는 멋을 부렸으면 싶다. 한 세기가 다하도록 외세로 인해 두 동강이가 난 조국의 슬픈 역사를 되뇌어 본다. 한강 작가의 노벨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국 위선양과 전 세계를 울린, 땀과 피로 맺혀진 결정체로 두고두고 한을 풀어주는 민중의 귀감龜 鑑으로 삼아도 아까 울게 없다고 보겠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송기옥 칼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