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땅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4/10/28 [16:08]

기도의 땅

새만금일보 | 입력 : 2024/10/28 [16:08]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29일부터 오는 11월 10일까지 김주희 사진가의 개인전, 《 기도의 땅 》 이 열린다. 

 

무수한 티끌처럼 사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548일 뒤 하나의 성전(聖殿)이 되어가는 시간을 담아내다.

 

김주희(가브리엘라, 55)는 한국 가톨릭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셨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 ‘권상연 성당’의 건축과정을 시각의 일기로 기록했다. 

 

10년 남짓한 김주희 작가의 사진 여정은 그녀 신심의 성장 과정과 맥을 같이했다. 

 

스스로를 신자라고 부르긴 하되 여러모로 불안했던 과거, 당시 그녀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첫 전시 주제로 공소(公所)를 택했다. 

 

공소란 성당보다 작은 교회의 단위로서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장소를 일컫는다. 

 

김주희는 그 작고 소박한 공간 속에서 마주한 마을 어르신들의 믿음은 바실리카 대성당이 품은 신앙심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외진 공소의 고요한 침묵 속에서 자신의 믿음도 깊어져 갔다. 

 

그것은 어느덧 5년전의 이야기가 됐고 좀 더 어엿한 신자로 거듭난 김주희에겐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허물어져 가는 공소가 아닌 새롭게 세워지는 성당의 탄생을 기록하는 것. 

 

우연찮게도 해당 성당이 본인이 거주하는 동네에 위치했는데 이런 건 새삼스럽지만 그녀에게 하느님의 이끄심,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정적인 고요함, 침묵 속의 경건함' 이는 김주희의 첫 작업부터 현재 전시까지 이어져오는 테마로 보인다. 

 

이번 전시 사진들은 모두 흑백 처리돼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극명해지면서 공사장은 일반적으로 시끄러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는 조용함, 평온함을 느낀다. 

 

벽에 기댄 목재 너머 위로 들어오는 어스름한 빛, 십자가를 연상케 하는 수많은 쇠파이프의 연결고리들을 보면 성전의 탄생을 지켜보는 신의 모습까지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작가는 공사장의 소재에 집중했다. 

 

공사 초기 여기저기 널린 수많은 각목과 벽돌, 쇠파이프들과 그들을 묵묵히 나르는 인부들은 개별적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 사물들처럼 보이지만 각자 자신의 소소한 역할을 해내면서 그것들이 하나 둘씩 이어지면서 결국 하느님을 모시는 신성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건축물로 변모하게 된다. 

 

신자들의 믿음과 소망이 모이고 그 마음들을 품을 대지와 그 위를 거닐면서 구상을 하는 신부님, 나무와 벽돌과 철골을 나르면서 땀을 흐르는 인부들 모두가 합심해 성전이 완성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는 완공된 성당의 어둑한 공간 속, 빛으로부터 조명받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중심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빈 의자들의 실루엣으로 채워진 내부를 보게 된다. 

 

이제 곧 저 의자들은 신자들로 가득 채워지면서 다같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 신실한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548일 동안 수많은 손길이 닿았고 앞으로 알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영혼을 품을 ‘권상연 성당’은 무수한 존재의 자국을 남길 공간이 될 것이다./이인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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