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서 말하는 5복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이라 했다. 첫째로 살아 숨 쉬는 것이고, 둘째로는 의식주 해결과, 셋째는 건강해야 하며, 넷째는 도덕을 지켜 사람답게 살고, 다섯째로는 천명을 다한 죽음 복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 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평균수명이 늘고,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문제가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 다. 대학을 나와 굴지의 대기업 S사에 입사하여 평균 근속 연한이 10년 정도로 4-50대에 조 기퇴직을 하여 평균수명 80세까지 먹고 살아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이 하나 낳아 대학까지 가르치는 비용이 3억 원이 든다니 누가 아이를 낳을 갓이며, 이로 인한 국가는 인구 절벽 대책도 없다. 가진 자는 더 갖게 되고 못 가진 자는 가난할 수밖에 없는 빈익빈 부익부 사회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잘 아는 저명한 L 선생님을 만났다. 점심을 나누며 근황을 물었는 데 몇 년 전에 사모님이 돌아가시고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노인요양원에서 쓸쓸히 보낸다고 하였다. 자녀들이 있는데, 왜 혼자 사시느냐고 물었더니, 잘나가던 딸네에게 사업자금을 밀어 줬는데 망해 버렸고, 마지막으로 사는 집이며 퇴직금까지 아들에게 몰아줬는데도 잘못되어 요 양비 40만원도 근근이 세 자녀들이 보내줘 살고 있다고 했다. 요즘 우리 농촌을 돌아보자. 젊 어 이래 뼈 빠지게 일하고 소 팔아 자식 가르치고, 마지막에는 전답 팔아 결혼시켜 집까지 마 련해준 후 늙고 병만 처져 가진 것 없는 속빈 우렁이 껍질 같은 노인들이 허다하다. 효심이 지극한 아들네들이 부모를 모신다고 해도 고부 갈등, 문화, 경제 갈등으로 시골집으로 내려오 는 이가 태반이다. 이제 자식에게 의지할 때가 아니다. 늙고 병들기 전에 노후를 대비해야 한 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자식과 같이 산다는 것은 꿈과 같은 얘기다. 전답이라도 있고 건강이 허락되는 농촌의 노인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그도 저도 아닌 노인들은 오래 사는 것이 지옥이고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늙고 병든 절대 극빈자가 수 백 만 명으로 연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13,000여 명, 그중 노인이 절반가량으로 병고와 빈곤으로 비관 자살 수가 수치스럽게도 세계적이라니 도대체 위정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경로당에 간식비와 냉,난방비 조로 고작 2백여 만 원을 지원받아 마을 노인들은 아침에 나와 놀다가 해가 지면 귀가하는 그래도 난방비 절감을 해주는 셈이다. 마음 같아서는 예산을 더해 실비 도시락이라 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사회복지시설이 잘된 선진 스칸디나비아 3 국에 비해 초보적인 수준인 우리나라는 국회나 중앙 담당부서와 지방자치장은 새로운 노인복 지 조례안을 마련하여 조금이나마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과감한 예산투자를 할 때라 고 본다. 세기적인 명화 벤허의 주인공 ‘찰톤 해스톤’도 치매로 화려한 은막을 마감했다. 인생 의 과정을 생노병사(生老病死)라고 했던가. 불가사의의 만리장성을 쌓은 천하의 권세를 거머쥔 중국의 진시황도 불로초를 구하지 못하고 지하궁전 도용갱을 만들어, 사후 왕 노릇 하려던 그 도 49세에 죽었고, 불란서의 유명한 화가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려 한 때 파리를 뒤흔든 ‘피 카소’는 92세 장수를 하면서 일곱 여자와 결혼을 하여 그야말로 황혼의 연가를 구가했는데 그 것도 한순간의 꿈과 같다는 솔로몬 같은 고백을 하였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파라다이스 같은 이상 국가도 없으며, 살아 있는 모든 생물들은 영원할 수가 없다. 불교에서 말하는 ‘생즉사(生 則死) 사즉생(死則生)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들은, 산다는 것은 죽음을, 죽는 것은 다시 태어난다는 슬픈 이별과 만남이 반복적으로 교차한다. 또한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을 말하고 있다. 요즘 세상은 유물주의가 판쳐 젖 먹던 아이에게 5만원 권을 쥐어주면 울음을 그친다는 속어처럼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보여 인간성 상실 시대라고 한다. 한평생을 지 내놓고 보면 즐겁고 기쁜 날보다 부족하고 후회스런 날을 누구나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 그렇게 화려하게 떠올랐던 찬란한 아침의 태양도, 푸르디 푸른 젊음도 서산에 기울면 미련 없 이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도둑같이 찾아온 죽음, 그 영혼이 염라대왕 앞에 갔다. 염라대왕 왈, “세상에서 잘 놀다가 왔느냐?”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대왕님? 아까운 돈 을 금괴에 가득 담아놓았을 뿐, 쓰지도 못하고 와 후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황천길은 그렇 게 많은 노자돈도 필요치 않느니라. 그래 다시 세상에 나가 이웃과 친구와 더불어 다 쓰고 오 되 장례비조로 500만원만 남겨 놓고 오너라.” 누구나 죽을 때는 다 내려놓고 빈손으로 떠나가 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유달리 자식만 위하다가 노후대책 없는 빈곤을 자처한다고 한다. 지금 남은 이 시간이 가장 젊고 행복한 순간으로 알고 살아 숨 쉴 때 가까운 이웃 친구 와 팥죽이라도 한 그릇 나누며 못다 한 정담과 지난 추억을 더듬어봄이 어떨까. 장엄한 태양 은 동에서 떠서 서로 진다. 떠오르는 해가 지듯 우리 인생도 누구나 한번은 가기 마련이다. 노년에 아름다운 빛을 발해야 한다. 태양은 질 때가 더 아름답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저작권자 ⓒ 새만금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목록
|
송기옥 칼럼
많이 본 기사
송기옥 칼럼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