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의 선(善)한 죽음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0/06/05 [07:09]

한 농부의 선(善)한 죽음

새만금일보 | 입력 : 2020/06/05 [07:09]

 

요즘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모내기철로 농가의 태반이 60대를 넘긴 노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물 걱정 없는 관개시설이 잘되어 기계의 힘으로 논밭을 갈고 썰고 모내기를 하  니 생력재배로 힘이 안 든다지만, 그래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좀 많다. 잔혹한 일제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6.25동란이란 동족상잔으로 봄이면 초근목피로 연명, 보릿고개를 못 넘겨 아사자가 많았던 그 때 그 시절, 이웃 마을의 정씨와 박씨 두 농부에 대한 얘기다. 이들은 이미 고인이 된지 수 십 년이 되었다. 박씨는 일제 때 강제 징용에 끌려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겨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하여 고국으로 돌아오는 감격스런 귀국선을 타게 되었다. 일본의 전쟁 와중에서도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문전옥답 몇 마지기를 사서 소몰이 쟁기질도 하여 한마을에 사는 이뿐이와 혼인도 하고 열심히 일한 덕에 그 지긋지긋한 굶주림에서 해방되었다.  또 한 사람, 정씨라는 분은 자기 가족 외에는 밥 한 술 나눌 줄 모르는 욕심 많은 지독한 자린고비 노랭이로 소문이 났다. 이들 두 농부의 논이 위, 아래 논으로 평소에 그렇게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그 당시는 대부분 천수답으로 하늘에서 비가 와야 모내기를 하는데 내변산 입구 멍덕산 꼭대기에 올라 기우제를 지낸 덕분인지 그렇게 학수고대(鶴首苦待) 하던 못비가 내려 늦모내기를 하게 되었다. 모낸 후 흡족한 비가 안와 모가 비비 꼬여 목말라 죽을 지경에 생명수 같은 소낙비가 한바탕 내렸다. 박씨의 논에는 텃물을 받아 넘쳐나는데, 정씨의 논에는 물이 부족 상태였다. 이른 새벽 아침에 박씨와 정씨 두 농부가 큰 싸움이 벌어졌다. 그 이유는 박씨의 논에 정씨가 한 밤중에 몰래 작대기로 논둑에 구멍을 뚫어 박씨 논물을 빼간 것이다. 두 영감이 흑탕물에 엎어지고 뒤집어 지며 물 도둑놈이라며 낮도깨비처럼 흙 범벅이 되었는데, 이들은 가족까지 원수가 되어 수 십 년 간 서로 저주를 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노쇠하여 정씨 영감이 죽을병이 들었다. 어느 날 정씨는 아들에게 원수 같은 박씨 영감을 모셔오게 했다. ‘박형? 내가 잘못 했네.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나보이, 나를 용서 하게나. 서로 한을 풀고 가야지 그냥가면 두 눈을 감고 못 갈 것 같네.’ 그 후 한 달이 채 못 되어 정씨 영감이 다시 못 올 먼 곳으로 떠났다. 죽기 전에 자식들에게 유언으로 ‘나죽으면 돼지도 잡고 팥죽도 많이 쑤어 온 동네잔치를 벌여다오’ 정영감의 꽃상여가 동구 밖 언덕을 오를 때 흰 꽃술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맨 앞에서 박영감이 상두꾼 선소리꾼으로 정영감을 마지막 보내는 서글픈 선소리가 메아리 져 갔다.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성선설과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을 연구한 고전적인 주제 중 하나이다. 성선설 주장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것으로 맹자(孟子)의 주장이고, 성악설 주장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순자(荀子)의 지론이다. 성서 창세기에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의 시조 아담, 하와는 원죄를 안은 그 후손들은 성악설 쪽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는 닭과 달걀에 비유한다면 모순일까. 모든 죄는 과다한 욕심에서 온다고 했다. 인간이란 원래 물질을 탐하여 많이,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데서 중상모략을 하고 심지어 인명을 살상까지도 하는 짐승만도 못한 극악무도한 인면수심(人面獸心)으로 치닫게 된다.  5.18의 광주시민을 향해 총을 쏘라는 12.12 신군부의 주역인 전두환씨는 90이 되어 갈 날이 가까웠는데도 자기 통장에 29만원 밖에 없다며 국가와 국민을 우롱한 지금도 자기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서 뻔뻔하게 활보하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타인으로부터 수 천 억 원의 부정한 돈을 강탈하여 어디다가 꼭꼭 숨겨 뒀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그도 갈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황천길은 그렇게 많은 노자 돈이 필요 없고 수의 한 벌이면 족하다. 다 쓰지도 못하고 다 놓고 빈손으로 가는 저승길이다. 전씨는 무식한 농부 정 영감의 선()한 죽음을 배워야 한다.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는 중국의 이름 난 사상가로 ‘새가 장차 죽으려고 할 때는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이 장차 죽으려고 할 때는 착한 것이다.(鳥之將死 其鳴也 哀, 人之將死 其言也 善)’라고 했고, 증자는 또 하루에 3가지 반성을 하였다 한다. 첫째: 남을 위해 도모함에 충성스럽지 않았는가. 둘째: 벗들과 사귐에 있어 신뢰를 어겼는가. 셋째: 스승에게 전해 받은 학문을 익히지 않았는가(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 인간처럼 교사스럽고 권모술수에 능한 동물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거짓말 1순위는 부끄럽게도 단연 정치인이다. 영국과 프랑스 선진국들은 100년을 이어 나치 히틀러 앞잡이를 끝까지 추적하여 엄벌에 처하고 있다. 20대 식물국회란 불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21대 국회는 혁신적인 입법과 실행으로 법은 만인평등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국민 앞에 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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