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할 줄 알면 시를 쓸 수 있다- 〚시꽃피다, 조선의 詩人의 詩 감상〛
터벅터벅 오월 길
김정옥
아이를 업다 걸리다 친정 가는 길
오월 그 날 터미널 앞에는 팬티만 입은 대학생들이 원산폭격 벌쓰고 학생이라는 이유로 발로 차고 곤봉으로 때린다
새벽 침묵 찢으며 흘러나오는 "광주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모입시다" 여대생 목소리가 폐부를 찌른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방송국에 불 지르니 밤하늘은 뜬금없이 불꽃이 솟아올라 대낮처럼 환하다.
택시는 경적 울리며 시위에 동참하고 주먹밥 나누며 서로 다독인다 병원에 달려가 헌혈했던 이들의 피는 뜰앞의 장미보다 더 붉어 눈부시다
태극기가 덮여있는 관이 있는 상무관 멀건 눈 뒤집어쓰고 넋이 나가 몸서리치고 사람들 산자인지 죽은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고 살아있음의 무력함에 고개 떨군다
시대정신에 앞장선 의로운 사람들의 죽음 참혹했던 야만의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지금도 오월이 되면 터덜터덜 도청앞 분수대를 혼자 맴돈다.
김정옥 : 시꽃피다 회원
------------------------------------------ 詩 감상
어언 44년이 지났다.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 일원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에 대해 군부가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하여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건이다. 시인은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시로 옮겨 쓰고 있다. ‘산 자인지 죽은 자인지 분간이 가지 않고 살아있음의 무력함에 고개 떨구었다.’ 살아 있어서 오히려 부끄러운 사람들은 지금껏 죄인처럼 산다. 오월의 붉은 장미꽃에 얼굴을 묻는다. 인간 생명 존엄에 대한 인식의 재고와 나약한 인간이 갖는 한계를 노래한다. 캄캄한 어둠에서 빛은 오히려 눈부시다. 빛고을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가 된 것도 피의 대가가 아닐까. 5.18정신은 어둡고 참혹한 세월을 건너왔기에 더 값진 것이다. 상처받은 가슴을 위로하는지 장미꽃이 붉다.
조선의 시인
농민신문신춘문예 당선, 송순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거제문학상, 안정복문학대상, 치유문학 대상, 시사불교신춘문예 당선 등 다수 시집 : 담양, 인향만리 죽향만리 등 9권 강의 : 광주 5.18교육관, 시꽃피다 전주, 담양문화원, 서울 등 시창작 강의 시창작교재 : 생명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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