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는 연고주의(緣故主義) 문화로 인해 이해득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례가 참으로 많습니다. 연고를 내세우다 보니 어떤 이는 득을 보고 그 반대 입장에 있는 이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인사청탁 사업청탁 이권개입에 많이 동원되는 연고주의 문화의 대표적 사례는 고향을 내세운 연고가 아닐까요? 소생이 강원도 정선군청 원주전신전화국 등에서 말석 공무원생활을 하다가 대학을 마치고 서울에서 언론인 생활을 할 당시 얘기입니다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시절 출입처에 가면 홍보부서에서 인적사항을 파악합니다. 주소에 강원도로 표기한 걸 보고 홍보담당자는 강원도 출신을 조직내에서 찾아내 대화를 풀어갑니다. 이와 함께 곧바로 전통적으로 강원도의 명문고로 알려진 ㅊㅊ고 출신이냐고 묻습니다. 아니라고 하면 다시 ㅇㅈ고 ㄱㄹ고 등을 들이대며 연이어 집요하게 캐묻습니다. 그 이유는 뻔하죠. 만일 제가 OO고 나왔다고 했다면 그 담당자는 자신의 조직내에 OO고 출신을 알려 주며 연결대화를 계속합니다.
이같이 우리사회는 어느 장소 모임에서건 첫인사를 나눌 때 자주 묻는 게 고향맥과 학맥이죠.
그 다음으로 나이도 잘 물어보는 항목이죠. 동갑(갑장)이면 바로 반말하면서 친구가 되곤 하죠. 그렇지 않으면 선·후배 또는 형님·동생 사이로 바뀌죠. 지구촌에서 보기 드문 한국적 연고문화죠.
△ 지연·학연을 통한 줄대기
서로 인적사항을 묻고 친하게 사귀는 건 좋은 사교문화죠. 다만 이런 부정한 인맥 행태가 유지되는 과정에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모호해져 어떤 이는 득이 되고 어떤 이는 손해를 보는 게 문제죠.
청탁성 예를 보죠. “우리 고향 선배님인데 평가 잘 받도록 도와 주십쇼.” “학교 후배인데 승진 채용에 특별히 신경 써 주세요.” “옛 직장 상사인데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런 청탁대화 속에는 연고주의를 내세워 내 논에만 물을 더 대서 득을 보겠다는 심보가 담겨 있죠. 이런 청탁이 반영돼 평가가 이뤄지고 비밀정보를 빼내게 되면 연고가 없는 이는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에서 앞설 수 없겠지요.
이런 것이 연고주의 폐해입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큰 적폐죠. 바로 이런 연고주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법이 청탁금지법입니다. 누구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를 받고 정당한 평가를 받는 공정문화를 이끌어 보자는 법률로, 부정한 청탁의 말만 해도 최대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과속하면 총리도 벌금내는 문화
청탁금지법은 금품 수수에 대해서도 처벌규정이 있는데요. 청렴한 선진국들의 모범사례를 상당히 많이 귀담아 반영을 하였습니다. 지구촌 180개 국가 중 청렴 수준이 1, 2위에 랭크되고 있는 핀란드에서 자전거를 찾아 준 고마움의 표시로 2유로 정도의 커피한잔을 경찰관이 받았다고 해서 250배의 벌금을 물렸죠. 데이비드 피터슨 뉴욕주지사가 월드시리즈 야구 개막식 공짜 입장권을 받았다가 30배에 달하는 벌금을 낸 일화는 매우 유명하죠. 지난해 국가청렴도 1위를 차지한 뉴질랜드에서 헬렌 클라크 총리를 비롯해 경찰청장과 장관이 과속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자로부터 커피 한 잔 수수하면 당사자 모두 최대 5배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정해 놓고 있습니다.
△무관용원칙 엄벌해야
부패신고제도(전화 1398)와 비정부기구의 감시활동 등으로 이젠 우리 환경도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아직도 끗발 센 고위 공직자가 달리는 대로가 통제되고 정치인의 권위주의적 행세와 특권이 존재하고 있죠. 수도권의 신도시 개발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이때 LH(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과 관련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연고자까리 비밀 파일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는지 세심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수사권 없는 단속반 투입정도로는 한계가 있고요. 계좌추적이 가능한 검경수사를 통해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벌에 처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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