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과 자규시(子規時)

새만금일보 | 기사입력 2024/04/29 [08:48]

단종과 자규시(子規時)

새만금일보 | 입력 : 2024/04/29 [08:48]

 

 

단종과 자규시(子規時) 단종의 슬픈 역사가 담겨진 영월을 꼭 한번 가고 싶었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영월은 태백 산맥 깊은 산속의 섬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10월의 마지막 날 먼동이 트기 시작한 이른 아침 아내와 나는 포항을 향하는 장도의 여행길을 떠났다. 집을 떠난 지 5시간 만에 도착한 포항의 포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떠 있어 우리나라 제일의 공업도시라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동해안의 맑은 물이 찰랑대는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기분이 오늘따라 더욱 고조된 기분이다. 울진, 삼척을 지나 묵호항에 도착하였다. 나는 항구 주변을 어슬렁대며 들락 거리는 어선들의 뱃고동 소리와 육지가 제집 인양 어부와 친숙한 갈매기들과 희롱을 하면서 석양을 맞았다. 바다가 보이는 경관 좋은 회 덧밥 맛집에는 비릿한 생선 냄새가 풍기는 선창 가에 우리와 같은 여행객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금방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생선을 잘게 썰어 고추장과 야채와 함께 비벼서 한입 잘근잘근 씹으니 단맛이 우려나 금 새 밥 한 그 릇을 비웠다. 예약된 호텔에 들었다. 무언가 허전하여 안경집을 보니 비어있었다. 썬그라스를 그 횟집에 놓고 와 어두운 밤, 초행길을 더듬더듬 찾아갔더니만 집주인이 반겨주었다. 아마도 늙어가는 징조인가 보다. 호화 호텔은 아니지만 깨끗한 침대보 푸새 내음이 한결 기분을 좋게 하여 금새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이 되니 동쪽 끝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아침은 호텔식 으로 밥 대신 우유와 빵과 치즈 커피 등으로 단단히 배를 채우고서 곧바로 강릉으로 향하였 다. 강릉은 여러 번 와본 터라 오죽헌과 천재 시인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 기념관만 들러 경포 호수를 돌아 곧장 영월로 향하였다. 영월은 태백산맥의 험산준령을 넘어 산 위의 또 산을 오 르는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분지 같은 산촌이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이 단종이 잠든 장릉이 다. 단종(端宗1441-1457)은 세종대왕의 손자요 문종의 아들이다. 문종이 병약하여 재위 2년 만에 죽으니 12세의 어린 단종이 왕위에 오른다. 1453년 계유년 단종의 숙부인 수양대군이 정인지,한명회와 모의하여 황보인,김종서를 주살하고 동생 안평대군을 강화도로 귀양을 보낸 뒤 영의정에 올라 실권을 잡는다. 단종은 후사를 위해 14세에 井邑人 송현수의 딸 송씨부인을 왕비로 삼는다. 수양대군은 동생 안평대군을 사형시키고, 금성대군까지 경기도 연천에 귀양을 보낸다. 수양대군은 단종을 상왕으로 물러나게 하고 제7대 왕 세조(世祖1417-1468)로 등극한 다. 숙주나물 변하듯 변절한 신숙주가 관비로 강등한 단종왕비 정순왕후를 자기의 종으로 삼 겠다고 했는데 아무리 관비라 하나 그럴 수가 없다는 세론이 빗발치자 슬그머니 물러섰다고 한다. 정순왕후는 동대문 밖 숭인동 비구니승방 정업원에서 시녀와 함께 여생을 마친다. 세조 2년에 성삼문,박팽년, 하위지,이개,유응부,유성원 등 사육신은 단종복위를 하다가 모두가 척살 을 당한다. 단종복위를 꾀했다는 이유로 단종의 장인 송현수를 잡아 교사하고 단종은 노산군 으로 강등당하여 영월 청령포淸泠浦로 귀양을 보낸다. 청령포는 육지속의 섬으로 동강의 깊은 물굽이가 쳐 한반도를 닮은 섬으로 나룻배가 없으면 건널 수가 없다. 수백 년 묵은 소나무가 어우러져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음산하다. 어린 단종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단종 복위가 끊이지 않자 단종을 죽여야 한다면서 정인지의 부축임에 세조는 어린 단종을 죽이고 만다. 목 숨만 살려달라던 죄 없는 어린 단종을 죽여 그 시신마저 감히 누가 거두지 못했는데 호장(戶 長) 엄흥도(嚴興道)부자가 한밤중에 단종의 시신을 거두어 높은 산위에 몰래 모셨는데 숙종 24년에 단종이 복위되어 현재 장릉莊陵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소나무 숲이 울창 한 청령포에는 단종 사후 300년이 지난 영조 39년에 단종이 여기에 살던 곳이라는 ‘단조재본 부시유지비(端廟在本府時遺址碑)’란 돌비석이 쓸쓸히 서 있을 뿐이다. 단종이 영월에 귀양을 와 짧은 기간 동안 관풍헌에 올라 16세의 어린 나이에 명시 한 수를 남겼는데 밤에만 운다는 새, 단종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자규시(子規時)’다. 낮에 우는 두견새와 달리 자규는 불여 귀,귀촉도 밤에만 운다는 소쪽새의 별명이다. 관풍헌 한쪽 단종이 매죽루에 올라 한양을 향하 여 정현왕후를 애타게 그리워했는데, 후세사람이 그 빈터에 누각을 세워 단종을 기리는 자규 루(子規樓)라 부른다.

 

<한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와 一自冤禽出帝宮 외로운 그림자로 푸른 숲에 깃들었다 孤身수影碧山中 밤마다 억지로 잠들려 하나 잠 이루지 못하고 假眠夜夜眠無假 해마다 한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원한은 끝나지 않네 窮恨年年恨不窮 자규 울음 끊어진 새벽 멧부리에 조각달만 밝은데 聲斷曉岑殘月白 피를 뿌린 것 같은 골짜기에는 붉은 꽃이 지네 血流春谷洛花紅 하늘은 귀머거린가 아직도 나의 애끓는 호소를 듣지못하고 天聲尙未聞哀訴 어이하여 수심 많은 이 사람 귀만 밝게 했는가> 胡乃愁人耳獨聰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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